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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도박사이트 운영
2심서 추징금 35억여원 명령
대법,“추징금 계산 잘못”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도박사이트 운영자의 진술을 근거로 35여억원을 추징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범죄수익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 없이 진술만으로 추징금을 계산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국민체육진흥법상 도박개장 등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한 사건에서 이같이 판시했다.앞서 2심은 A씨에게 35여억원의 추징을 명령했지만 대법원은 “원심(2심)이 추징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추징 부분을 깨고,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A씨는 2013년 5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베트남,중국 등에서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를 받았다.그는 다른 조직원들과 함께 대포통장을 조달하고,직원을 고용해 사이트를 운영했다.각종 스포츠 경기의 결과 적중 여부에 따라 게임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이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동시에 3억20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신현일 판사는 2022년 12월,이같이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추징금에 대해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범죄 수익금 관련 수사보고 내용은 범행 기간에 생긴 수익이 아닌 것을 포함하고 있어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 등 피고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범행 기간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들에게 유리하게 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범행을 통한 수익이 2~3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진술했지만 다른 공범들은 사이트의 월 수익이 5~8억원 정도라고 자백했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했을 때 최소한 A씨가 인정하는 금액 중 3억 2000만원의 수익은 있었다고 인정한다”고 했다.
2심에선 형량과 추징금의 액수가 올라갔다.2심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챔피언스리그 하키추징금 35억5542만8571원을 명령했다.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4-2형사부(부장 이태우)는 지난해 10월,이같이 판시했다.2심 재판부는 A씨의 검찰 진술을 근거로 추징금을 다시 계산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검찰 조사 당시‘월 경비로 직원들 급여를 포함해 1억원 정도 나갔다’고 대답했다”며 이를 근거로 34억원(범행기간 34개월 X 월 1억원)을 계산했다.2심 재판부는 “A씨가 이 기간에 경비 상당액을 벌였다는 전제에서 추징금 일부를 추산하면 34억원임이 계산상 명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1억5542만8571원에 대한 추징도 명령했다.A씨는 검찰 조사에서 순수익으로‘2억원에서 3억원을 받았다’고 했는데,이를 근거로 범행 기간과 지분을 고려해 계산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2심과 달랐다.대법원은 추징 부분에 대해 “2심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우선,34억원 부분에 대해 “범죄수익과 실행경비는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는 것”이라며 “A씨가 진술한 범죄 실행경비(월 1억원)을 곧바로 범죄수익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 근거로 대법원은 “A씨가 경비를 수익으로부터 조달하는 것인지,범죄와 무관한 자신의 여유 자금에서 지출하는 것인지,챔피언스리그 하키아니면 타인으로부터 빌려서 마련하느 것인지 등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로 추징을 명령한 1억5542만8571원에 대해서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대법원은 “2심이 계산의 기초로 삼은 3억2000만원은 A씨의 진술(2억원~3억원) 중 큰 금액을 기초로 삼은 것”이라며 “이를 A씨가 수익금으로 인정한 범위 내의 금액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범행기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나눌 것이 아니라 각각의 도박 사이트 운영기간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했을 때 대법원은 “원심의 추징금 산정은 부당하다”며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니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낸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으로 열릴 4번째 재판에선 최대한 A씨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계산한 소액이 추징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