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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이 업무보고를 받다가 차를 마시고 있다.photo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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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몽(中國夢)을 진두지휘하는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을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와 비견해 시황제(習皇帝)라 표기한다.이 두 호칭은 발음이 같다.시황제인 진나라 왕 영정(赢政)은 천하를 통일하고 황제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이다.시진핑 역시 덩샤오핑(鄧小平)이 불문율로 정한 집단지도체제를 폐기하고 헌법을 개정해 1인 종신집권 체제를 굳혀가는 인물이다.시진핑은 1953년 6월 15일 베이징에서 태어난 금수저 출신이다.중국의 8대 혁명원로 중 한 명인 시중쉰(習仲勳)의 배다른 3남4녀 중 여섯번째로 태어났다.시진핑의 이름은 베이징의 옛 이름인 베이핑(北平) 근처에서 태어났다는 뜻으로 시중쉰이 지은 이름이다.그런데 시진핑은 자신을 베이징이 아닌 '옌안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은 산시성(陝西省) 옌안(延安)시 근처 푸핑(富平)현의 '시(習)씨 집성촌'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다.시진핑이 아버지 고향을 따라 '옌안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그런데 시진핑이 '옌안 사람'을 강조하는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시중쉰은 마오쩌둥에 의해 숙청대상이 된 아픈 경험이 있다.당시 반당 세력으로 몰려 모든 직책을 박탈당한 후 집과 재산을 뺏겼다.시중쉰이 뤄양(洛陽) 광산 노동자로 축출당했을 때 팔로군 출신의 어머니 치신(齊心)은 거리를 끌려다니며 뭇매를 맞는 등 창피를 당했다.

시진핑 가족은 창졸간에 뿔뿔이 흩어지는 '이산가족'이 되어야 했다.시진핑의 누나 시허핑(習和平)은 홍위병들의 조리돌림과 구타를 못 견디고 자살했다.16살이었던 시진핑은 옌안시 옌촨(延川)현의 산골 마을인 량자허촌(梁家河村)으로 강제 하방당했다.3개월 만에 기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도망쳤다가 붙잡힌 그는 베이징에서 하수관 매설 같은 육체노동을 3년 동안 했다.다시 하방 조치되어 7년간 옌안의 토굴(土窟)에서 힘겹게 살았다.

1996년 4월 푸젠성 푸저우시 당서기였던 시진핑이 중국기검감찰보(中國紀檢監察報)와 한 인터뷰 내용에 의하면 1973년 초 시진핑이 구금 상태의 시중쉰을 만나러 갔던 순간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8년 만에 아버지를 만나 위로와 격려를 기대했던 그는 아버지가 먼저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과 동생을 착각할 정도로 심신이 황폐해진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아버지는 "농촌으로 하방은 좋은 것이다.나의 구금에 얽매이지 말고 내가 구금에 풀려나오는 것도 기다리지 말아라"라며 자신의 기대와 전혀 다른 암울한 말을 했고 이 모습이 시진핑의 뇌리를 때렸다.이때부터 시진핑은 '농촌에서 인민과 하나가 되겠다'라는 각오를 굳혔다고 했다.

시진핑은 마오쩌둥을 부정하거나 비판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살아남으려면 어떤 일이라도 참고 견디며 공산당에 입당해야 한다고 다짐했다.시진핑에게 마오쩌둥은 집안을 풍비박산 낸 공포와 원한의 대상 이전에 추앙할 대상으로 각인됐다.아버지는 패자였고 승자는 마오쩌둥이었다.시진핑은 권력에서 밀려난 자의 아들로서 뼈를 깎는 아픔을 사춘기에 겪었다.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몰락과 무관하게 시진핑 자신도 기막힌 사건을 겪었다.

1966년 5월 16일부터 광풍이 몰아치는 문화대혁명이 시작됐다.시진핑이 결코 밝히고 싶지 않은 시진핑의 흑역사가 벌어진 그해 12월은 13살의 철부지였던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시진핑은 미성년 아동인데도 당중앙위원회 직속 기관인 중앙당교(中國共産黨中央黨校)에 '반혁명분자'로 구금됐다.문화대혁명에 대한 가벼운 말실수로 인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이었다.주자파(走資派)로 몰린 시중쉰이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고난이었다.

중앙당교에서 주자파를 상대로 비판대회가 시작됐다.6명의 성토대상에서 시진핑만 미성년자였다.단상에 오른 시진핑을 향해 분노와 야유가 쏟아졌다."때려잡자 시진핑" 하고 외치는 군중 속에 시진핑의 어머니 치신도 있었다.강제로 동원된 치신은 "타도하자 시진핑"을 남들처럼 큰소리로 외칠 수밖에 없었다.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어린 시진핑은 눈앞이 캄캄해졌다.이 사건은 시진핑에게 악몽으로 남았다.

복차에 핀 금화.photo 유튜브
복차에 핀 금화.photo 유튜브


명나라 때부터 만들어진 후발효차

옌안으로 돌아온 시진핑은 량자허촌에서 농민들이 쓰는 방언을 같이 쓰며 농민들에 녹아들었고 농사일에 열정을 쏟았다.청년 시진핑은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독자 생존전략을 세워야 했다.그의 토굴에 찾아온 촌민들과 차를 나눠 마시며 삼국지와 베이징 이야기를 열심히 들려주며 호감을 샀다.이들이 마신 차는 산시성에서 생산되는 복차(茯茶)였다.1958년 중국이 국가 계획경제를 단행하면서 복차를 만들던 산시성의 회사는 폐쇄되었지만 마실 차는 남아있었다.

복차는 보이차와 같은 흑차(黑茶)의 한 종류다.복차는 산시성 셴양(咸陽)에서 1368년 명나라 때부터 만들어진 후발효차다.녹차처럼 이른 봄이 아닌 무더운 복(伏)날에 차를 만들었다고 해서 복차라고 불렸다.복차의 효능이 토복(茯)령과 같아서 복(茯)차라고도 한다.처음 복차를 만들 때는 관에서 직접 제조하고 판매를 해서 관차(官茶) 또는 부차(府茶)라고도 했다.차에 관돌산낭균(冠突散囊菌)이라는 노란색 곰팡이가 만개해 금화(金花)라고 불릴 때쯤 복차가 완성된다.

초창기 복차는 산시성의 남쪽에서 생산되는 찻잎과 쓰촨성의 찻잎으로 만들었다.생산량이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자 후난성과 후베이성의 찻잎을 사용하게 되면서 복차 제조 기술도 후난성과 후베이성으로 전파됐다.지난 반세기 동안 산시성에서 공식적으로 복차를 생산할 수 없었던 탓에 후난성이 복차의 생산지로 더 유명해졌다.차(茶)를 정치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줄 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6월 중국을 공식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차가 바로 산시성이 원조인 후난성 안화흑차(安化黑茶)였다.

시진핑이 박근혜에게 선물한 차

청년 시진핑은 옌안에서 힘겨운 토굴 생활을 버티면서도 공산당원이 되려고 안간힘을 썼다.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가입을 위해 신청서를 여러 번 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배급제로 나오는 차와 달걀을 아껴두었다가 지역책임자를 초대해 차와 달걀튀김을 접대하기도 했다.예전에 우리도 그랬지만 당시만 해도 달걀은 어쩌다 맛보는 귀한 식품이었다.21살이 된 반당 분자의 아들 시진핑은 하방 생활 6년 만인 1974년 1월 11번의 끈질긴 도전 끝에 공산당원이 됐다.

공산당원이 된 시진핑은 칭화대학 화공과에 노동자·농민·병사(工農兵) 몫으로 배정된 청강생 신분으로 추천 입학했다.마오쩌둥이 죽고 덩샤오핑이 권력을 장악하며 시중쉰을 복권시켜 줬다.1980년 시중쉰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 부위원장이 되면서 시진핑은 금수저 신분을 되찾아 당당하게 태자당에 입성하게 됐다.천안문 무력진압을 반대한 대가로 시중쉰은 다시 한번 실각했지만 시진핑은 세파를 이겨낼 만큼 이미 성장해 있었다.

2012년 중국 최고지도자가 된 시진핑은 7년간의 옌안 시절을 회상하며 "나는 옌안에서 공산당에 입당했다.옌안이 나를 길러주고 가르쳤다.옌안은 나의 뿌리이고 영혼이다"라고 일갈했다.건국 이후 세대인 그에게 공산혁명의 정통 보루인 옌안의 붉은 상징성이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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