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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거배수관이 드러나고 토석류가 밀려 내려온 가리왕산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울창한 숲 사이로 계곡 물 대신 벌건 흙과 자갈이 쏟아질 듯 자리 잡은 곳.강원 정선군에 위치한 가리왕산이다.어른이 양 팔을 벌려도 감쌀 수 없는 고목들과 야생 동식물들이 주인이던 곳이다.

산세가 깊고 험한 터라 가리왕산은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활강경기장 부지로 낙점됐다.단,올림픽을 마치면 이전의 모습으로 복원을 전제로 했다.약속과 달리 가리왕산은 여전히 헤집어진 채 케이블카가 오가고 있다.여기에 정원까지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올림픽을 마친 지 6년이 지난 지금 가리왕산은 큰 비에 산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환경단체들은 하루빨리 가리왕산을 이전의 모습대로 자연 숲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월27일 가리왕산의 모습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제공]

환경단체‘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은 8일 가리왕산 숙암계곡 일대가 산사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이 단체는 지난달 말 이 일대를 둘러본 결과 땅 속에 묻어뒀던 배수관 등이 드러났고,노출된 산지는 방수포로 위태롭게 덮여 있었다고 전했다‘자갈 계곡’이 된 채로 관광 목적의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리왕산의 운명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뒤바뀌었다.스키 활강 경기를 하려면 출발점과 결승점의 높이 차가 800m,챔스결승평균 경사각 30도 이상이어야 하는데,이 조건에 부합하는 산이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가리왕산은 해발 1561m로 남한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산이다.

스키 타기에 적합한 이 조건들은 짧고 강한 호우가 잦아진 지금은 산사태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요소가 됐다.가파르고 험준한 산세에 제대로 된 식생 기반이 없어지니 집중호우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어서다.

6월27일 가리왕산의 모습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제공]

지난 2018년 5월에는 시간 당 30~40㎜의 비에도 산사태가 발생해 하류 지역 6개 가구의 주민들이 대피한 바 있다.올림픽 이후 세 차례 난 산사태 모두 스키 슬로프가 있던 곳에서 발생했다고 한다.문제는 앞으로다.기후변화로 짧은 시간 강한 비가 쏟아질 경우 가리왕산 하류에 더 큰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산림기술사인 이기호 우이령사람들 부회장은 “자연계곡의 수량을 처리하던 지중 배수관이 집중호우 시 제대로 된 기능을 유지할 수 없다”며 “케이블카 중간 정류장에서 상부로 올라가는 코스는 30도를 넘나드는 급경사 구간으로 많 비가 내리면 하류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활강경기장 건설로 훼손된 가리왕산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제공]

가파른 산이 큰 비에도 버틸 수 있던 건 뿌리 깊은 나무들이 물과 흙을 단단히 붙잡고 있던 덕이다.가리왕산은 조선 왕실이 직접 관리하던 국가보호림이었다.이후에도 대부분이 보전국유림으로 구분됐고,챔스결승2008년에는‘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됐다.이는 산림청에서 식물의 유전자와 종,챔스결승생태계가 보전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는 의미다.

스키장 건설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해제되면서 수령 500년 이상의 나무 13만~15만 그루가 한번에 베어졌다.이렇게 들어선 스키장에서 경기는 3회 열리는 데 그쳤다는 게 우이령사람들 측의 설명이다.

가리왕산 중봉에 신갈나무.흉고직경이 1.2m에 이른다.슬로프 구간 밖에 위치해 벌채되지 않았다.[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제공]

올림픽을 마치면 산림을 복원하고,보호구역으로 재지정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가리왕산은 여전히 발가벗겨져 있는 상황이다.올림픽 당시 이용됐던 케이블카는 정선가리왕산케이블카라는 이름으로 올해 말까지 한시 운영 중이다.이달 나올 산림청의 연구 용역에 따라 케이블카는 철거되지 않은 채 영구적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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