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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그룹 지배력 높여…낮은 공개매수가에 시장은 시큰등
한화그룹이 승계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김동관·동원·동선이 100% 소유한 한화에너지가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다.하지만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공개매수 제시가가 낮다는 불만도 나온다.올 들어 진행된 다른 종목 대비 시가 프리미엄 등이 낮게 책정됐다는 분석 때문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한화에너지는 지난 5일부터 오는 24일까지 20일 간 ㈜한화 보통주 600만 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총 투입자금은 1800억원이다.이번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완료되면 한화에너지의 한화 주식 소유 비율은 기존 9.71%에서 17.71%로 8%포인트 높아진다.
이번 지분 매수에 대해 한화에너지는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한화 지분 확대를 통해 한화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안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이번 공개매수를 그룹 승계의 밑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확대한다는 것은 삼 형제가 승계 핵심인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현재 한화에너지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분 50%,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25%를 보유하고 있다.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성사되면 삼 형제의 ㈜한화 지분율은 사실상 부친인 김 회장을 넘어선다.공개매수로 증가할 한화에너지의 지분 17.71%에 삼 형제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한화 지분 9.19%를 합하면 26.9%가 된다.㈜한화의 최대주주인 김 회장은 22.6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한화에너지와 오너일가의 지분을 더하면 49.55%,특수관계인까지 합치면 51%를 넘어서기 때문이다.최종적으로 '한화-한화에너지 합병' 혹은 '한화에너지의 인적분할' 등의 사업분리 과정이 남았지만 높아진 그룹 지배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승계 작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10%대 할증률에 개미 반응할까
하지만 공개매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공개매수 가격이 시장의 기대보다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한화에너지는 공개매수가를 지난 5일 기준 최근 1개월 평균 대비 12.9%,전일 종가 대비 7.7% 할증한 주당 3만원으로 결정했다.2개월,핼리팩스라이프3개월 기준으로는 각각 12%,10.6%의 할증률이다.
10%대 할증률은 최근 1년여 간 진행된 공개매수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다.지난해 12월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공개매수할 당시 할증률은 51.4%에 달했고,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지난 4월 현대홈쇼핑 공개매수를 할 때는 할증률이 38.9%였다.이외에 한솔로지스틱스(24.59%),핼리팩스라이프락앤락(25.6%) 등의 공개매수도 모두 20%대였다.
공개매수 가격 설정은 법률 등에 명확히 설정돼 있지 않다.이에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일정 할증률을 정하는 편이다.하지만 10%대의 할증률로는 개인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요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의 반응도 시큰둥하다.공개매수 첫날인 지난 5일 한화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4.31% 오른 2만9050원을 기록했다.이는 올해 진행된 공개매수 중 첫날 공개매수 가격의 99% 수준에 근접하지 못한 유일한 사례다.8일엔 2만8700원으로 1.2%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