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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지하차도 침수…시민 3명 숨져
재해전광판 고장…자리 비운 안전책임자
1심 책임 인정‘유죄’→ 2심‘무죄·감형’
대법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법리 오해없어"[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2020년 7월 부산에 내린 폭우로 침수돼 시민 3명이 숨진 초량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들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거나 감형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초량지하차도 참사는 2020년 7월23일 오후 9시28분께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에서 폭우에 갑자기 불어난 물로 3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다.당시 지하차도에 설치된 재해전광판 시스템이 고장나면서‘출입 금지’문구가 표시되지 않았다.이로 인해 지하차도에 진입한 차량 6대가 침수됐고,시민 3명이 숨지고 2명이 상해를 입었다.
당시 안전 총괄 책임을 맡았던 부산 동구청장은 휴가 중인 상태였다.기상특보 발령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 직을 대신 수행해야 했던 A부구청장은 당일 오후 5시30분쯤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은 뒤 6시40분쯤 퇴근했다.오후 8시 23분 안전도시과장으로부터 호우경보 발효 소식을 보고 받았지만 곧바로 복귀하지 않았다.이후 참사가 벌어진 뒤 1시간 가까이 지난 10시20분쯤 구청에 복귀했다.휴가를 떠났던 동구청장은 사고 발생 전인 오후 8시40분쯤 구청으로 돌아왔다.
검찰은 부산시와 동구청 관련 공무원들이 재난 상황 점검과 지하차도 교통 통제,현장담당자 배치를 비롯한 재난대응 업무를 이행하지 않고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하는 등 참사 발생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A부구청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부구청장의 책임을 인정해 금고 1년2개월을 선고했다.함께 기소된 부산시 재난대응과장 B씨는 벌금 1500만원,구청 기전계 직원 C·D씨는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2심 재판부는 동구청장이 구청에 복귀한 시각에 A부구청장의 직무대행 지위는 종료됐다고 봤다.또 A부구청장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해당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2심 재판부는 B과장과 C·D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B과장의 업무상과실은 인정했지만 그가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비상단계를 상향할 권한이 없었다는 판단이다.기전계 직원 C·D씨에 대해서는 다른 부서로 발령받은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 해당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업무상과실과 사고 발생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련 공무원 전원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아니다.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가 인정된 전 동구청 건설과 기전계 주무관 F씨는 벌금이 1심 1000만원에서 2심 1500만원으로 올랐다.
출입 통제 시스템 고장을 방치한 책임이 있는 동구청 전 기전계장 E씨는 1심에서 금고 1년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전 동구청 안전도시과장 G씨는 1심(징역 1년,도박 하우스 알바집행유예 2년)보다 줄어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도박 하우스 알바전 동구청 건설과장 H씨도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1심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았지만 유죄가 인정됐다.
유죄를 받은 피고인들과 검사 양측이 상고했다.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 등의 쟁점을 살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수긍하고 쌍방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 4명과 관련해 “원심의 무죄 판단에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유일하게 형량이 늘어난 F주무관과 관련해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단에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업무상과실치상죄,도박 하우스 알바허위공문서작성죄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