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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빈소 현황판에 이름 오르자 탄식
신원미상자 DNA확인 검시실로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로 22명이 사망했다.그러나 화재 발생 이틀째인 25일,컨사이트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은 고요했다.터질듯한 화염 속에 시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를 만큼 훼손이 심했기 때문이다.시신을 수습한 소방관들은‘남녀 구분이 어려울 정도’라고 훼손 상태를 전했다.대다수 시신은 이날 장례식장에서 검시실로 옮겨졌다.DNA 확인을 위해서다.누군지도 모르는 시신 앞에서 장례를 치를 수는 없다.가족을 잃었다는 슬픔보다 사망한 이가 자신의 가족이 맞는지조차 확인 못한 유족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이날 오전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 사고로 5구의 시신이 안치된 화성시 화성송산장례문화원의 아침은 적막했다.연락을 받고 소수 유족들은 사망자 이름이 빈소 현황표에 찍히자 탄식을 토해냈다.
통상 대형사고의 경우 시신을 확인한 유족들이 슬픔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지만,이번 사고의 경우는 상황이 달랐다.장례식장을 메운 인파는 취재진이 대부분이었고,컨사이트소수의 자원봉사자와 시청과 정부에서 나온 조력자들도 보였다.유족들을 장례식장에서 찾기 어려운 이유는 어느 장례식장에 자신의 가족 시신이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화재로 가족을 잃은 허모 씨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아직 신원확인이 진행중이다.어디 장례식장으로 가야하는지조차 안내받지 못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화성송산장례문화원 외 다른 화성시의 장례식장에도 유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이는 사망 피해자 대부분이 중국 국적이라는 점과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 사망 시신이 누구인지 식별이 안됐기 때문이다.특히 시신 특정을 위해 가족과 사망자의 DNA를 맞춰봐야 하는 작업이 필요한데,컨사이트여기엔 며칠이 더 소요될 개연성도 있다.가족이 해외 거주하고 있다면 사망자 특정에만 수일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유족 이모 씨는 “신원 확인 중이라 아직 어디 장례식장인지도 모른다.그냥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대책본부를 세워서 DNA 검사를 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태”라며 “아직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그는 취재진에 오히려 “뭐라도 들리면 연락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수습된 대부분의 시신은 24일 오후 화성 시내 인근 5~6곳의 장례식장에 분산 배치됐다.그러나 정작 시신이 누구인지 특정이 안된 것이 문제였다.이날 오전부터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신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DNA 식별 검사가 가능한 곳으로 이송됐다.이들 시신은 부검과 시신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화성송산장례문화원 관계자는 “국과수가 (오전)11시께 차량을 5대 가량 보내 와서 시신을 순서대로 이동시켰다”며 “같은 시신이 다시 이곳으로 올지 다른 곳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성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화성시 공무원 신모 씨는 “다른 장례식장에도 시 공무원들이 나가있다.특이사항이 발생하면 내용을 공유하고 지원을 할 예정이다.아직까진 신원확인이 어려운 사람이 많아 별도 내용은 없다”며 “시 공무원 1명이 야간 동안 자리를 지켰고 2명이 새롭게 주간을 지키기 위해 교대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 김모씨도 “유족들이나 공장 직원들이 확인되지는 않았다.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며 “부검을 하러 서울 국과수로 (오전)11시반께 (시신이) 이동했다”며 “도움을 드리려는 입장이니 유가족을 발견하면 최선을 다해 위로해 드리는 것부터 시작할 예정이다.너무 안타까운 사고 소식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홍석희 기자·화성=김민지·정주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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