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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판 트럼프' 재부각…반이민 기치 내걸고 최소 4석 확보
브렉시트 설계한 세력…"우리가 진짜 보수" 지속적 세력확장

총선일인 4일 아이스크림 먹는 패라지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총선일인 4일 아이스크림 먹는 패라지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총선 기간 화제를 몰고 다닌 극우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이 사상 처음으로 의석을 확보,산티 미나원내정당으로 본격 도약했다.

영국개혁당은 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5일 현재 최소 4석을 확보한 상태다.다만 소선거구의 특성상 사표(死票·낙선한 후보자에게 던져진 표)가 많았던 탓으로 실제 얻은 표는 전체의 14%에 이르렀던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투표종료 직후 나온 현지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선 영국개혁당이 나이절 패라지 대표를 포함해 13명의 당선자를 낼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설계자 중 한 명으로 반(反)이민 정책을 주장해 온 패라지 대표는 이러한 결과와 관련해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엄청나다"며 "기득권에 대한 반란이 진행 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나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돌풍이 몰아닥친 가운데 영국 총선에서도 극우가 대부분 지역구에서 후보를 냈고 자력으로 하원에 입성한 것은 개혁당으로서는 선전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2018년 브렉시트당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가 이후 개명한 영국개혁당은 2019년 총선까지 하원의원 당선인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리 앤더슨 하원의원이 올해 초 무슬림 비하 발언 논란으로 보수당을 탈당한 뒤 영국개혁당에 입당하면서 하원에서 처음으로 원내정당이 됐다.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영국개혁당은 꾸준히 지지율 15% 안팎을 유지했다.이는 이번 출구조사에서 61석을 얻어 제3당이 될 것으로 예측된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보다도 높은 지지율이었다.

브렉시트 전 유럽의회 의원을 지냈지만 영국 총선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패라지 대표 자신도 8번째 시도 만에 하원의원이 되는 '칠전팔기'를 이루게 됐다.

그는 유럽연합(EU) 회의론을 확산시키며 영국 정부에 국민투표 실시를 압박했고 국민투표와 협상 과정에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스타로 떠올랐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우군 역할을 자처하면서 '영국판 트럼프'로도 불렸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승리 이후 임무를 완수했다며 영국독립당(UKIP)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곧바로 브렉시트당을 창당했고,산티 미나브렉시트가 시행되자 당명을 영국개혁당으로 바꿨다.

7차례 걸친 도전에도 의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인지도가 높고 논쟁적인 인물로서 출마 선언 이후 '튀는' 언행으로 총선 기간에도 연일 화제를 모았다.엘리트 정치인처럼 거드름을 피우지 않고 소탈하다는 친서민적 이미지를 내세웠다.

집권 보수당과 지지율 선두의 노동당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영국개혁당이 노동당에 맞선 진짜 야당이 되겠다"거나 "영국 보수 우파 정치의 지형을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나 이탈리아 이탈리아형제들(FdI)처럼 '악마화'된 극우 이미지를 탈피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영국개혁당 캠페인 차량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개혁당 캠페인 차량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영국개혁당과 패라지는 총선 기간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패라지 대표는 지난달 21일 BBC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EU가 계속 동쪽으로 확장하는 것이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러시아 국민에게 '그들이 다시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말하고 전쟁을 일으킬 명분을 줬다"고 언급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서방 동맹의 확장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돼 거센 비난을 샀다.리시 수낵 총리는 이를 "푸틴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채널4 방송이 패라지 대표가 출마한 에식스 클랙턴 지역의 영국개혁당 선거운동원들 사이에 잠입,영국해협을 보트로 건너오는 이주민을 표적으로 삼아 사격연습을 하도록 하자거나 인도계인 수낵 총리를 향해 인종차별적 비속어를 쓰는 녹취를 보도했다.

이에 대해 패라지 대표는 문제의 선거운동원이 방송사가 고용한 배우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영국개혁당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이 빚어진 후보에 대해서는 지지를 철회하는 등 '진짜 보수 세력'으로 외연 확장을 계속하겠다는 자세다.

이런 시도가 이번 총선에서 의회 자력 입성이라는 결과로 일부 확인됐으나 앞으로 추세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악마화된 극우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우익 포퓰리즘 정당의 시도가 일부 당원이나 후보의 일탈과 충돌하는 일이 유럽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패라지 대표의 세력 확장 전략이 얼마나 통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마리아 소볼류스카 맨체스터대 교수는 이 매체에 "영국개혁당은 반이민 플랫폼 위에 서 있고 반이민 정서를 파고들었다"며 패라지 대표의 전략상 한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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