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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박관훈 기자] 올해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건 중 하나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꼽을 수 있겠다.국내 시중은행들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 ELS) 배상 충격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팔 둘레 40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끄는 소식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유독 금융산업의 독과점 해소에 관심을 쏟았다.윤 정부는 지난해 7월 은행 산업의 경쟁력 촉진을 명분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다.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장 먼저 대구‧경북 지역에 기반을 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의사를 밝혔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국내 은행 산업의 독과점을 깨고 경쟁을 촉진할‘메기’를 기대하는 현 정부의 의지와 지방은행으로는 더 이상 앞날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위기 탈출을 위해 뭐든 해야 하는 대구은행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지방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팔 둘레 40지방경제 침체는 지방은행의 쇠락과 위기를 의미한다.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생존을 위한 것으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예대마진 수익에 의지해 온 은행권에 메기를 풀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과점체제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그간 은행들은 정부의 인가만 있으면 별다른 영업 없이도 제 발로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손쉽게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정부가 인가를 비롯한 다양한 제재 권한을 쥐고 있기에 은행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며,이런 상황에서 관치와 과점체제가 수십 년째 굳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기점으로 이름을 iM뱅크로 바꿨다.야심 차게 첫발을 내딛은 iM뱅크는 정부의 바람대로 기존 은행 산업의 과점체제를 깨부수는 메기가 될 수 있을까?전망은 비관적이다.은행업은 브랜드 비즈니스다.대구·경북지역에 특화된 지방은행이 전국구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고 하루아침에 고객이 몰려들지는 않는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디지털금융이 부상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외에도 네이버‧카카오 등 정보기술(IT)에 기반한 플랫폼 기업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기존 은행을 위협하고 있다.비대면 채널 강화나 금융 디지털화는 이미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은행의 경쟁상대는 은행이 아니다.관치와 과점체제 등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챌린저 뱅크’(Challenger Bank)의 출현이 절실하다.은행들이 순이자마진 하락과 대면 영업 채널의 축소를 대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지금,이전과 같은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또 다른 시중은행의 등장이 박수받을 일인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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