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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역,기초금액 대비 334% 써낸 CJ올리브영‘낙찰’…지역 대표성 고려없이 최고가 선정
올리브영 국내 매장만 1300여개…경의선·분당선 관리‘국가철도공단’은 지역 공청회 의무화
누적 적자 17조원 달하는 서울교통공사…“적자 메우기 위한 가장 효율적 방법” 찬성 의견도
“앞으로는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고 지역 대표성도 담보할 수 있도록 강화된 기준 도입 검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지하철 주요 역 이름에 기업이나 대학,월드컵 선정기관 등의‘부(副)역명’을 기재하는 사업이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 측은 만성 적자 해소를 위한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각각의 지하철역이 자리잡은 지역을 상징할 만한 대표성이나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기여도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 없이‘최고가’입찰만으로 역명 병기가 허용되면‘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의 공공성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반면 일각에서는 서울교통공사에 쌓인 누적 적자가 17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요금을 인상하는 데에 무리가 따를 수 있으니,월드컵 선정자체적인 수익사업으로 진행하는 역명 병기 사업에 동조하는 의견도 보여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16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서울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 입찰 결과 성수역에 대한 낙찰금액은 기초가격 대비 334%로 공사에서 관련 사업을 시작한 2016년 이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공사 측이 전문 감정 평가를 거쳐서 성수역에 매긴 입찰 기초금액은 2억9948만원인데,월드컵 선정이번에 낙찰을 받은 CJ올리브영은 3배 이상에 달하는 10억원을 써낸 것이다.성수역 이전까지는 2022년 을지로4가역에 대해 BC카드가 2억2000만원의 기초금액 대비 318%에 달하는 7억원을 써내 사업권을 확보한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내건 입찰자 조건에 따르면 역사 주변 1㎞ 이내에 사업장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CJ올리브영은 실제 성수역 1번 출구와 4번 출구 앞에 각각 1개의 올리브영 매장을 운영 중이다.여기에 더해 오는 10월에 추가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인데 신규 점포 개점 시기에 맞춰서 성수역명 병기를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사가 조(兆) 단위로 발생하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사실상 공공재인‘지하철역명’을 돈을 받고 광고 형태로 파는 수익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은 사업 초기였던 2016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역의 대표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업이 단순히 최고금액을 써냈다는 이유만으로 낙찰받은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역명 병기를 활용 중인 기업들은 대부분 본사 소재지가 속한 지역의 지하철역을 활용하고 있다.
1호선 종로5가역에 자리잡은 삼양그룹을 비롯 ▲2호선 을지로4가역(BC카드) ▲3호선 안국역(현대건설) ▲4호선 신용산역(아모레퍼시픽)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마리오아울렛) 등이 대표적이다.
성수역을 낙찰받은 CJ올리브영의 법인 등기상 본사 소재지는 용산구 동자동으로 서울역에 가깝게 붙어 있다.CJ올리브영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헬스 앤드 뷰티(H&B) 매장인 올리브영은 전국에만 1300여개가 있다.
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지역성이 높은 지하철역명에 병기하려면 어느 정도 해당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기업이나 기관명이 포함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면서 “전국에 수천개 매장을 가진 프랜차이즈 기업이 특정 지역만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이들은 “전국에 체인점을 가진 프랜차이즈가 역명 병기 사업을 하면 소비자들에게 혼동이 오지 않냐”면서 “올리브영 본사가 성수에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기관인 서울교통공사와 사실상 동일하게 국가 주요 거점 철도인 경부선,월드컵 선정경의선,월드컵 선정분당선 등을 관리하는 국가철도공단도 역명 병기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지역성과 공공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라 대조적이다.
공단‘광역전철노선 역명부기 세부운영지침’을 보면,월드컵 선정역명 부기 사용기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주민 의견을 수렴한 공청회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선호도가 낮거나 반대가 심할 경우 역명 병기가 불가할 수 있다.기업체의 경우 역명 병기를 희망하는 지역 내에 상시 근로자 수가 300인 이상이어야 하는 공공성 조건도 부합해야 한다.
이처럼 지역 대표성 여부를 검증하는 일련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공사는 단순‘최고가’입찰만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어서 각각 지하철역마다 품고 있는 지역성과 대표성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역명 판매로 인한 수익이 운영 적자 해결에 도움이 되는 수준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소액에 역명이 갖는 공공성을 등한시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맞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다년간 적자로 인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공사가 고육지책으로 진행하는 수익 사업의 일환이라는 점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역명 병기 사업을 통해 부수입을 내지 않을 경우 적자가 더욱 쌓여서 요금 인상 폭탄이라는 더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이에 대해 “역명 병기 사업이 싫은 사람은 서울교통공사 적자를 대신 메워주라”고 명분을 강조하는 반응도 있다.
공사 측은 “추후 사업에서는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고 지역 대표성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강화된 기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