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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77세 김모 씨는 배우자가 최근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혼자 살게 됐다.산 밑에 있는 주택인 터라 이미 폭우와 폭설 등으로 지붕이 파손돼 있다.관절염으로 허리와 무릎이 성치 않은데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은 커지고 있다.폭우나 폭설은 물론,산불이나 산사태라도 났을 때 제때 피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도시에 사는 노인도 다르지 않다.배우자가 사망하면서 홀로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89세 이모 씨.이씨가 거주하는 서울경기 지역은 날로 더워졌다.폭염 일수는 1991~2020년 평균 8.5일에서 2021년 15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후변화로 노인들의 침해받기 쉬운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기후변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이에 기후행동60+와 기후솔루션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기후변화와 노년층의 생명권 보호’세미나를 열고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건강과 생존에 기후변화가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같은 강도의 기후변화에도 노인은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노인 인구 1000만명,프리미어리그 바르셀로나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노인층의 기후변화 대응은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온열 및 호흡기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지는가 하면 거동이 불편해 재난 시 대피도 어렵다.소득이 줄어들거나 동거 가족이 없다면 의료나 돌봄에서도 소외되기 쉽다.
질병관리청의 제1차 기후보건영향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온열질환 사망자 중 68.5%가 65세 이상이다.국내 인구구조에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13.5%인 점을 감안하면 5배 이상 온열 질환에 노인이 취약한 셈이다.특히 극심한 폭염에 시달렸던 2018년 65세 이상 사망자 수는 연평균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노인들은 이를 인권의 영역에서 접근한다.국내외에서 노인들의 인권이 기후위기로 침해된다는 걸 인정받기 위한 주장이 활발하다.
지난 4월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기후 정책이 노년층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이는 스위스 환경단체‘기후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이 2020년 11월 자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으로,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줄이는 데 실패해 이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사생활에 대한 권리 등을 다룬 유럽인권협약 제8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국가가 사생활에 개입하거나 침해하지 않을 의무를 넘어서 개인을 보호할 적극적인 의무가 있다는 해석이다.
기후변화로 인권 침해가 처음으로 인정된 의미있는 판결이었지만,프리미어리그 바르셀로나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난관이 남아 있다.스위스 의회가 이 판결이 권한 남용이라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나타났다.지난 3월 평균 연령 63세,프리미어리그 바르셀로나최고 연령 92세의 노인 123명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정부의 미흡한 기후위기 대응으로 노년층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취지의 진정을 냈다.
이 역시 각하됐다.진정이 123명에 대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인권 침해가 주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다.신유정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국가의 적극적인 기본권 보호 의무를 인정하는 판례들이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진정은 각하됐지만 인권위 사회인권과로 이관됐다.인권위는 진정뿐 아니라 정책에 관한 권고도 할 수 있다.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박태성 인권위 사회인권과 사무관은 “사회인권과로 이관,프리미어리그 바르셀로나기존 조사 등을 종합해 정책 개선 권고를 준비 중”이라며 “다양한 경로를 활용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노인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보장하는지 면밀히 살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나지현 60+기후행동 대표도 “더 늦기 전에 기후변화를 늦추는 행동을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정했으나 납득할 수 있는 이유로 각하됐다”면서도 “인권위가 자체 조사와 강력한 결정문 등 사회 전반과 정부에 경각심을 불어넣고 정책 대안이 만들어지도록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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