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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연식 20년 넘어 노후화
러,자말렉제재 동참 韓에 부품 수출금지
멈춘 헬기 부품 뜯어내‘돌려막기’
“응급환자-산불 대처 등 차질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정부가 들여온 러시아산 헬기가 부품을 구할 길을 찾지 못해 이미 운행이 중단된 헬기만 17대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인명 구조나 태풍,자말렉산불 대응 등에 사용되는 헬기 운행이 중단된 것이다.일분일초를 다투는 응급환자 이송이나 대형 재난 대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구멍 난 구조·재난 대응 헬기 체계
그러다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산 헬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러시아가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면서 수출을 금지했다.이에 부품을 구할 길이 막혔고 헬기 가동에 빨간불이 켜진 것.대부분 연식이 20년을 훌쩍 넘은 헬기라 부품 교체가 필수적이다.결국 헬기 1대를 가동하지 않는 대신 해당 헬기에서 멀쩡한 부품을 뜯어낸 뒤 다른 헬기 여러 대의 낡은 부품을 교체하는 이른바‘돌려막기’로 버티고 있지만 현장에선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산에 1대뿐인 소방헬기는 2000년 11월 러시아에서 생산해 들여온 헬기다.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실종자 수색을 비롯해 대형 산불 등 재난 현장에서 3000회에 달하는 임무에 투입됐다.산악 조난자와 홍수 피해자 등 500여 명을 구조했고,자말렉200여 명의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이 소방헬기도 부품을 구할 길이 없어 경기소방본부에서 연료탱크를,자말렉해경 여수항공대에서 보조엔진을 빌려와 부품 돌려막기로 버티고 있다.소방본부 관계자는 “환자의 목숨이 달린 응급 상황에 대비하려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산림청의 산불 진화용 헬기 역시 48대 중 29대가 러시아산 헬기(KA-32T)다.부품 수급 차질에 10년 주기 검사 문제까지 겹쳐 현재 10대가 멈춰 섰다.산림청은 내년엔 11대,2026년엔 18대 등 전쟁이 길어질수록 운행을 못 하는 헬기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치안을 지키는 경찰과 해경도 러시아산 헬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경찰청 대테러 작전용인 대형 헬리콥터(MI-172) 3대 모두,악천후 해양 구조 작전에 투입하던 KA-32 5대 중 2대가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경찰 관계자는 “치안 상황을 지키기에 불편함이 있고,자말렉훈련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소방청에 신규 헬기 교체를 요구하고 있지만 300억 원에 달하는 교체 비용 탓에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소방청은 2025년도 예산에 신규 헬기 2대를 도입할 수 있는 예산만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계약에서 설계,제작 기간을 감안해 이르면 2028년에야 실제로 현장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소방 당국은 “일부 헬기 운용이 중단되더라도 소방헬기 국가 통합출동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어 재난 수습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 국토부 규정까지 바꿨지만 “미봉책” 지적
정부는 고심 끝에 헬기 정비 규정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변경하기로 했다.모든 부품을 10년 주기로 무조건 교체하던 방식에서 2년마다 검사를 한 후 문제가 있는 부품만 교체하도록 지침을 바꾼 것.전문가들은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유정태 극동대 헬리콥터운항학과 학과장은 “멈춰 선 헬기 한두 대라도 더 날리기 위해 만든 방책인 것 같다”며 “부품 수급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이 대책은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군대가 전국 광역권에 1대씩 고정 배치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쟁 대비도 중요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군대가 국가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