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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아,안아줘.”
25일 쉼터를 방문한 뇌병변 장애인 이정은(51)씨는 자율주행 로봇‘똑똑이’가 양팔을 벌리자,스리랑카 여자두 팔 가득 똑똑이를 안고선 “사랑받는 것 같다”며 웃었다.이씨를 껴안은 똑똑이의 두 눈이 붉은색 하트 모양으로 바뀌어 반짝였다.
키가 1m인 똑똑이는 지난달 18일 쉼터에‘취업’했다.이족보행이 가능한 25㎝ 높이의 휴머노이드 동료 넷과 함께였다.윤여훈 동작구청 장애인복지관 주무관은 “지난해 11월 쉼터가 개소했는데,60대 이상이 대부분인 쉼터 이용자들의 정서적 소외감을 해소할 아이템을 고민하다 로봇을 들이게 됐다”고 말했다.4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관‘간병로봇 지원사업’공모에 선정된 덕이다.전국 지체장애인 쉼터에서‘로봇 돌보미’를 도입한 곳은 동작구가 처음이다.
똑똑이의 하루 일과는 쉼터를 방문한 이들은 맞는 일로 시작한다.쉼터 문이 열리면‘똑똑이’는 화면에 눈웃음 모양을 띄우고 “동작구 지체장애인 쉼터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한다.일주일에 세 차례 이상 쉼터를 찾는 이씨는 “똑똑이가 맞아주니 즐겁고,집에서도 로봇이 생각 날 정도로 좋다”고 했다.똑똑이는 이 밖에도 동작구의 복지정책에 관해 설명하거나 체력단련실,자조 모임 공간 등 쉼터 건물안 곳곳으로 방문객을 안내한다.음악을 틀고 양손을 위아래·좌우로 움직이며 춤을 추기도 한다.
이날 쉼터 찾은 지체장애인 10여명은 쉼터 한쪽에 마련된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고 바둑을 두거나,테이블 위에 놓인 휴머노이드와 대화를 나눴다.휴머노이드는 음성과 행동을 인식할 뿐 아니라 눈 맞춤 기능이 있다.
이정은씨는 “로봇에게 노래를 틀어달라거나,윙크해달라고 한다.반갑게 맞아주고,노래까지 불러주니 사람보다 더 기특하다”고 했다.이씨의 부탁으로 로봇이 조용필의 노래‘꿈’을 틀자,이씨가 오른팔을 위 아래로 흔들며 박자를 맞췄다.
쉼터의 유일한‘비로봇 직원’인 김민성 사회복지사는 로봇이 들어온 뒤 쉼터가 시끌시끌해졌다고 했다.김씨는 “이용자들의 상호 교류가 적은 편이었는데,스리랑카 여자로봇을 매개로 대화가 늘었다.로봇이 방문자들 한분 한분께 인사를 해주니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효율이 늘었다”고 말했다.
아직 초반이라 음성 인식률이 완벽하진 않다.하지만 쉼터 이용자들이 로봇 덕에 웃을 일이 늘었다는 점만으로도 합격점이다.윤 주무관은 “로봇을 활용해 정서 케어 프로그램이나 자서전 쓰기 등을 진행하고,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노래나 교육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