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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민간아파트 10개월새 27%↑
로또 청약만 몰려 '청약 양극화'
공공도 비싸져…내집마련 "어쩌나"'27.3%'
올 한 해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이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코로나 팬데믹 등에서 시작된 공사비 상승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서울에선 3.3㎡(평)당 분양가 6000만원이 넘는 아파트가 잇달아 등장했다.
청약시장은 시세차익이 기대되는,이른바 '로또 단지'에만 입주희망자가 몰리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아울러 공공주택마저 예상보다 분양가가 오르면서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는 게 현실이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1월 서울 민간아파트 3.3㎡(1평)당 분양가는 4720만7000원으로 올해 1월(3707만2000원) 대비 27.3% 올랐다.이 월간 집계는 해당 월을 포함해 직전 12개월 동안 분양 보증서가 발급된 민간 분양 단지의 평균 분양 가격이다.
서울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올 들어 5월과 8월 소폭 하락했으나 다시 상승해 지난달 4700만원대를 돌파,귀 바퀴벌레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분양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코로나19,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2021년부터 건설 원가가 급등하며 치솟기 시작했다.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엔 평당 분양가가 1억원이 넘는 단지도 나왔다.
올 초 서울 광진구에서 분양한 '포제스한강'은 평당 분양가가 1억3770만원으로 전용면적 84㎡가 최고가 44억원에 달했다.유독 공급이 많았던 강남권에선 평당 6000만원을 넘기는 단지들이 줄을 이었다.
대표적으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평당 6893만원)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평당6705만원)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평당6490만원)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레벤투스(평당6480만원) 등이다.
하지만 이런 분양가에도 청약자들이 몰렸다.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저렴하다고 평가 받아서다.특히 올해는 강남권 단지들이 '로또 청약'으로 주목 받으며 전체 서울 청약 경쟁률을 끌어 올렸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귀 바퀴벌레올해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12.8 대 1로 지난해(56.9 대 1) 보다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값 상승이 가팔랐던 2021년(163.8 대 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이다.
반면 서울에서도 입지나 분양가 경쟁력이 낮은 단지는 미분양을 기록하는 등 청약 양극화가 심화했다. 지난 9월 분양한 '연신내 양우내안애 퍼스티지'의 경우 일부 모집단위에서 1순위 미달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은 917가구다.이중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이 523가구로 서울 전체 미분양의 57.0%에 달한다.
공공주택 분양가도 갈수록 오르는 추세다.공공주택은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하는 주택으로 시세 대비 저렴한 게 장점이다.그러나 마찬가지로 건설 원가 상승 등에 따라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입장도 난처해졌다.본청약 때 확정되는 분양가가 예상보다 크게 올라서다.사전청약은 본청약 1~2년 전 분양하는 '선선분양' 개념으로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활용된 제도다.
정부가 지난 2021년 공공사전청약을 부활하면서 3기 신도시 등을 사전청약으로 공급한 바 있다.그러나 본청약 지연,지가 및 건설원가 상승 등으로 인해 본청약 때 확정분양가가 크게 올라 논란이 됐다.
인천계양 등 일부 공공사전청약 단지의 경우 추정분양가보다 확정분양가가 20% 이상 인상돼 당첨자들의 부담이 커졌다.이런 영향 등으로 본청약 자격을 유지한 사전청약 당첨자 10명 중 4명은 본청약을 포기하는 추세다.
LH에 따르면 9월 이후 본청약을 받은 7개 블록에서 본청약 때까지 이탈하지 않고 자격을 유지한 공공사전청약 당첨자 가운데 본청약을 신청한 자의 비율은 평균 61.4%다.
사전청약 공급물량은 △인천계양 A3블록(신혼희망타운·사전청약 341가구) △인천계양 A2블록(공공분양·사전청약 709가구) △동작구수방사(일반형·사전청약 255가구) △파주운정3(공공분양·사전청약 580가구) △의왕월암A1(신희타·사전청약 423가구) △의왕월암A3(신희타·사전청약 402가구) △수원당수(신희타·사전청약 459가구) 등이다.
인천계양 A3블록은 본청약 자격을 유지한 236가구 중 130가구(55.1%)만 본청약을 신청했다.A2블록은 562가구 중 327가구(58.2%), 의왕월암A1는 217가구 중 110가구(50.7%),의왕월암A3는 207가구 중 97가구(46.9%),수원당수는 245가구 중 119가구(48.6%)만 본청약을 신청했다.
대부분 본청약 신청 비율이 50% 내외 수준이었다.다만 '로또 청약'으로 꼽혔던 동작구수방사는 본청약 자격을 유지한 224가구 중 211가구(94.2%)가 본청약으로 이어졌다. 파주운정3도 474가구 중 360명(75.9%)가 본청약을 했다.
본청약 지연,귀 바퀴벌레확정분양가 상승 등에 지쳤거나 자금 계획이 틀어져 중도 포기한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H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본청약 이탈이 과거 대비 조금 늘었다"며 "서울 접근성이 좋거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단지 외에는 이탈이 생길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민간과 공공 할 것 없이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될수록 분양 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가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 향후에라도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단지로의 쏠림 현상이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공공주택 역시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흐려지면서 마찬가지로 시세 차익 기대되는,귀 바퀴벌레이른바 '로또 단지'로만 몰리며 분양 시장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