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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신혼여행 〈22〉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대략 1만개 이상의 빙하를 품고 있다.페리토 모레노 빙하(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를 누비는 일명‘빅 아이스 투어.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반드시 가이드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빙하가 갈라져 생긴
파타고니아는 대략 1만개 이상의 빙하를 품고 있다.페리토 모레노 빙하(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를 누비는 일명‘빅 아이스 투어.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반드시 가이드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빙하가 갈라져 생긴 크레바스가 곳곳에 있다.
파타고니아 여행은 녹록지 않다.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걸쳐 있는 거대한 땅이다.지구 반대편이라 거리도 멀고,비싸고,날씨마저 변덕스럽다.도착하는 순간 “평생 한 번이면 족하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그랬던 마음이 한 달 여행 뒤 “살면서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으로 바뀌었다.인간의 상상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멋진 풍경이 그곳에 있었다.

아내의 여행
거친 바람의 땅 푼타 아레나스.형형색색의 집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다.
거친 바람의 땅 푼타 아레나스.형형색색의 집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다.
벌써 11년 전의 일이다.우리는 2014년 파타고니아에서 한 달을 머물렀다.남반구 한여름에 해당하는 1월 칠레 푼타 아레나스에 도착했다‘바람의 땅’이라는 별명처럼 거센 바람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우리는 시내 2층짜리 낡은 컨테이너 건물에 짐을 풀었다‘1박당 10달러’에 혹해 덜컥 예약했는데,인터넷도 안 되고 지붕에 양철을 올린 다 쓰러져가는 집이었다.연장 두드리는 소음과 원인 모를 기름 냄새가 아래층 공장에서 계속 올라왔다.

그래도 집을 나서면 마냥 행복했다.나는 파타고니아 햇살이 이끌고 다니는 따스한 기운을 특히 좋아했다.파타고니아에서만 서식하는 동식물,거대한 빙하,산맥,호수,초원 등 다양한 경관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출렁거렸다.

‘뿔처럼 솟은 세 개의 봉우리’란 뜻의 토레스 델 파이네.흐린 날이 많아 완벽한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
‘뿔처럼 솟은 세 개의 봉우리’란 뜻의 토레스 델 파이네.흐린 날이 많아 완벽한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소는 마그달레나섬이다.푼타 아레나스에서 뱃길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외딴섬인데,카지노 5 화 시즌 2사람이 아니라 펭귄이 섬의 주인이다.약 6000쌍의‘마젤란 펭귄’이 섬의 푸른 들판을 장악하고 있었다.당연히 마그달레나섬은 아무 때나 열리지 않는다.새끼 펭귄의 부화가 끝나는 10월부터 3월까지,6개월만 입도가 가능하고 단 1시간만 섬에 머물 수 있다.

섬에 드니 펭귄이 사방에서 뒤뚱뒤뚱 걷고 있었다.그 작고 오동통한 펭귄 엉덩이를 한 번이라도 만져보고 싶었지만,토토 갤러리 레전드그럴 수 없었다‘펭귄과 2m 이상 거리 두기 규정’때문이다.마젤란 펭귄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고,그래서 더 고귀하게 느껴졌다.

푼타 아레나스 항구의 마젤란 기념 조형물.뱃머리가 마젤란 해협을 향해 있다.
푼타 아레나스 항구의 마젤란 기념 조형물.뱃머리가 마젤란 해협을 향해 있다.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곳’같은 리스트에 단골로 등장하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도 파타고니아의 품이다.칠레의 푸에르토 나탈레스가 국립공원의 들머리가 된다.나는 국립공원에 입성하기 전부터 혼이 빠져 있었다.트레킹 장비와 함께 대략 나흘 치의 식량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거센 바람을 막아 줄 등산복,몸을 누일 텐트,취사에 필요한 코펠과 식량,디자인 참고 사이트 10선그리고 이 모든 걸 담을 배낭이 필요했다.다행히 시내 곳곳에 장비 대여점이 있어,누구든 돈만 있으면 쉽게 장비를 빌릴 수 있었다.단 이스라엘 사람만 빼고!

남편의 여행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전망대.수직으로 선 빙하 벽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전망대.수직으로 선 빙하 벽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스라엘 여행자만은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유대인만 알아볼 수 있는 히브리어 경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대략 내용은 이러했다.“제발 공원에서 불을 피우지 마시오.”

이유가 있었다.이스라엘에서 온 여행자들이 2011년 공원에서 캠핑하다 170㎢(약 500만 평) 달하는 땅을 태워 버리고 말았다.그 후로 이스라엘 여행자에게 장비를 빌려주지 않는 가게가 많아졌단다‘이스라엘 사람에게 내어줄 침대는 없다’는 경고문이 붙은 게스트하우스도 있었다.

마그달레나섬에 서식하는 마젤란 펭귄.
마그달레나섬에 서식하는 마젤란 펭귄.
한국에서 온 우리는 별 탈 없이 트레킹을 즐겼다‘W트렉’이라 불리는 71㎞ 길이의 트레일을 나흘간 걸었다.화마의 흔적이 여전한데도,안랩 블록 체인 컴퍼니대자연의 매력이 컸다.단 한 번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원시림과 초원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바다처럼 너른 호수,이물질 하나 섞이지 않은 푸른 하늘 모두 태고의 신비를 담고 있는 듯했다.길을 걸으며 영혼이 흔들릴 만큼 황홀한 시간을 보냈다.

아르헨티나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에서는 빙하를 탐험했다.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누비는 일명‘빅 아이스 투어’는 차라리 극기훈련에 가깝다.방한 장비와 아이젠으로 무장하고 빙하를 걷는 프로그램인데,등산과 빙하 트레킹 등을 포함해 총 12시간이 걸린다.그야말로 내 돈 주고 하는 생고생이라 할 수 있다.그런데도 예약 경쟁이 장난이 아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트레킹 시작 전,빙하가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했다.폭탄이 터지고 수만 명이 울부짖는 듯한 굉음이 쩌렁쩌렁 울렸다.빙하가 녹은 웅덩이에 손을 담가봤다.손가락 끝부터 얼음이 되어 버릴 만큼 차가웠다.가이드가 옆에 오더니‘크레바스(빙하의 틈새)에 빠지면 빙하와 함께 영원히 잠들 수 있으니 조심해’라고 겁을 줬다.위스키에 빙하 조각을 띄운‘온 더 락’을 마시며 투어를 마무리했다.잔뜩 얼어붙었던 몸이 순간 후끈 달아올랐다.

빅 아이스 투어는 비싸다.2014년에는 투어 비용이 우리 돈으로 약 12만원이었는데 지금은 60만원까지 치솟았다.빙하가 녹는 속도만큼이나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역시 파타고니아는 주저하지 않고 빨리 다녀온 사람이 승자다.

☞파타고니아 한 달 살기=·비행시간: 35시간 이상(직항 없음,칠레 산티아고에서 푼타 아레나스까지 3시간 30분 소요) ·날씨: 여름 추천(11~3월) ·언어: 스페인어 ·물가: 식비는 한국과 비슷하나 투어 상품은 매우 비싼 편이다.

김은덕·백종민
김은덕·백종민
글·사진=김은덕·백종민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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