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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주말]
왕초보 신문 배달원
아파트촌을 누비다
조유미 기자가 신문 배달원의 오토바이에 앉아 있다.면허가 없기에 배달원 뒤를 따라 걸어 다녔다./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휴독’은 서글펐고‘신규’는 반가웠다‘재투입’은 기쁨 두 배.
“현관문 아래 동그란 구멍에 투입 요청” “김 독자,이사 갈 수 있다며 바뀐 주소 보내겠다고” “현관 앞 의자에 두길 희망”….신문 배달원이 들고 다니는‘방문 일지’에는 독자 한 명 한 명의 요청이 수기로 적혀 있었다.신문을 발행하는 주 6일,손때 묻게 열어 봤을 기록이다.
따끈따끈한‘아무튼,주말(이하 아주말)’이 간다.양손 가득 가고 있다.기사 쓰는 사람 있으면 배달하는 사람도 있는 법.눈비 뚫고 강풍 뚫고 다 뚫고 간다.본지 105주년 창간 기념일(3월 5일)을 앞두고 지난 22일 새벽에 신문을 들고 달렸다.그간 “신문 배달 체험을 해 달라”는 애독자 요청이 메일로 쏟아졌다는 건 비밀.토요일 자인 만큼 아주말 섹션도 포함이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조선일보 삼성대치센터에서 배달원들이 신문을 옮기는 모습./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독자 여러분,감사합니다
밤 12시 서울 강남구 조선일보 삼성대치센터.동료들의 피(코피 추정)와 땀,눈물이 녹아 있을 조간이 트럭에 실려 도착했다.“자,신문 왔어요!” 털모자와 패딩으로 무장한 배달원들이 신문을 옮기느라 분주했다.나도 후다닥.헛,
아이폰 포커스 잠금묵직하다.토요일 자(40면) 기준 총 60부가 한 묶음,대략 13㎏.여기엔 반가운 아주말도 있다.순간‘본지 뒤의 아주말 섹션을 앞으로 올려 배송한다면’하는 삐뚤어진 욕망(?)에 휩싸였지만 당황할 독자들이 떠올라 꾹 참았다.
신문 배달원이 들고 다니는‘방문 일지’에는 독자 한 명 한 명의 요청이 수기로 적혀 있었다.사진은 기록한 요청들을 정리한 파일./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이날 1면 헤드라인은‘정국 분수령 될 尹 최후 변론’이 센터에서는 삼성대치·압구정청담·대치도곡 등 세 구역을 담당한다.사랑스러운 신문을 독자 집 앞까지 옮기는 일은 이제 배달원 몫.20여 년 차 배달원 김중연(53)씨는 “신문을 당연히 보게 된다.사설도.섹션 끼울 때 보고,숨 돌릴 때 보고”라며 웃었다.아주말은 본지 뒤에 끼여 접혀 오지만,
더킹카지노 에스뱅크평일‘조선경제’섹션 등은 배달원이 직접 끼워 넣는다.작업 자세를 고려할 때 가장 오래 보게 되는 기사는 1면 하단.
영차영차,신문 옮기는 작업부터./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조선일보 삼성대치센터의 노경현(64) 소장이 한 묶음의 신문을 소분하고 있다./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토요일 자 기준 60부가 한 묶음.약 13㎏에 낑낑~./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오전 12시 15분,내 첫 배송지는 논현동의 동양파라곤아파트였다.네 동에 총 203가구가 산다.신문 쌓인‘접이식 카트’와 배달 호수 적힌 파일이 손에 쥐여졌다.호수 앞의‘C’는 본지‘BC’는‘어린이 조선일보’를 의미‘C·BC’가 적힌 곳은 모두 구독.어린이 조선일보를 발행하지 않는 날이라 본지만 배달하면 됐다.
인터넷에서 뉴스가 콸콸 쏟아지는 시대에도 이 아파트에서는 4가구 중 1가구가 본지를 구독한다.아니,그런다는 말인가요?정문 앞에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들어섰다.“타달,타달.” 고요한 단지에 울리는 카트 끄는 소리.아파트 단지 배달은 이동이 비교적 간편해 여성 배달원도 왕왕 있다고 한다.
조유미 기자가 현관문 여는 방법을 몰라 당황하고 있다./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새벽 시간 이용하는 주민이 있을 수 있어 세 층 이상 동시에 누르지 않는다./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아주말이 타고 있어요~
“‘착’소리가 살짝 나면 좋다.” 20여 년 신문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경현(64) 소장의 출발 전 조언이다.무슨 말인고 하니,이것이 바로‘잘 놓인 신문 소리’라고 한다‘탁’도‘툭’도 아니다.신문 네 귀퉁이의 면과 밑바닥이 동시에 땅에 찰싹 달라붙을 때 나는 경쾌한 도착음.
따라 해보려 하자 배달원 김씨가 “껄껄” 웃더니 “다 이렇게 두는 건 아녜요.어떤 독자는 펼친 신문을,어떤 독자는 반으로 접은 신문을 받길 원해요”라고 했다.김씨는 이 아파트 포함 대치동 일부 등 총 209부의 배달 책임자다.그의 방문 일지에는‘반 접어서‘두 번 접어 우유 주머니에’같은 주문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첫 동을 함께 배달한 뒤 나머지는 나 홀로.김씨는 강남경찰서와 휘문고 쪽으로 배달하러 떠났다.영하 5도,말을 하면 입김이 보였다.층마다 방화문이 설치돼 계단 이용은 어렵다.엘리베이터를 타지만,새벽 시간 이용하는 주민이 있을 수 있어 세 층 이상 동시에 누르지 않는다.두 눈 부릅뜨고 명단을 보며 이동했다‘불착’(도착하지 않음)은 한 부도 없어야 한다.
방금 몇 층에 배달했는지 잊은 나.바보./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따끈한 신문 도착~./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방금 몇 층에 배달했지?” “이럴 수가,지하 1층에 어째서 101호가?” “문 앞에 이미 오늘 자 본지가 있어!어떻게 이런 일이?”(아까 내가 함.) 우당탕탕 두세 번 확인하느라 30여 분이면 끝날 일이 1시간 넘게 걸렸다.잔뜩 상기된 얼굴로 배달을 마치고 센터로 돌아왔다.주변에서 “길이라도 잃은 줄 알았네”라며 웅성웅성.
성실함 보증수표
이 센터 배달원의 주민번호 앞자리는 대부분‘6’아니면‘7’로 시작했다.산책하며 건강도 챙길 겸 배달하는 사람도 있단다.1980년대생은 1명,1990년대생은 없었다.“요즘 배달원 구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신문 나오는 전날 저녁에 술을 마시지 못하고,남들 자는 새벽에 몸을 일으켜 나오기가 어디 쉬운가.
그러나 드물지만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이 배달을 하기도 한다.자기소개서의 장황한 설명보다 6개월 혹은 1년의‘신문 배달’경력 한 줄이 증명하는 성실함이 있다‘가치 투자의 대가’워런 버핏도‘디즈니 창업주’월트 디즈니도‘세기의 경영인’잭 웰치도 젊을 적이나 재기를 노릴 때 신문을 배달했다.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인근 주택가를 배달할 차례./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아무래도 오토바이 면허를 따야 하나 고민하는 조유미 기자./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이 구역의 '성실왕' 김중연(53)씨에게 배달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오전 1시 30분,
뉴 헤븐 카지노 보증 업체이번엔 인근 주택가 배달.통상 오토바이를 타지만 면허가 없기에 신문과 방문 일지를 들고 걸어서 따르기로 했다.역시‘ 부동산 문 밑으로 밀어 넣어서’ ‘★★ 세탁소 셔터 밑에‘ 빌라 우편함에’등 디테일이 빼곡했다.센터 총무이자 배달원 백인복(69)씨는 경력이 30년에 가까운 베테랑.이 모든 요청을 외운다‘왕초보 배달원’인 난 이거 없으면 배달 불가다.
올빼미처럼 눈이 말똥.추위 때문에 잠이 달아났다.배달은 날씨가 변수다.당연하지만 가장 힘든 날은 눈·비가 몰아칠 때.이런 날에는 센터 대표까지 배달에 나선다.폭설을 뚫고 가다 미끄러지거나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기록적 폭우로 불어난 물에 떠내려갈 뻔하거나 신문을 손에 들고 산으로 우회해 배달한 경우까지 있다.노 소장은 “배달원들 다칠까 봐 궂은 날에는 잠이 안 온다”며 “하지만 우리 신문을 보지 못하는 독자가 있어선 안 된다는 태도로 일한다”고 했다.
“이 추위에 너무 고생한다”며 간식을 주거나,간혹 연휴 앞두고 지폐 한 장과 편지를 건네는 고마운 독자도 많다.이런 날엔 피곤하지도 않단다.한 배달원은 “막바지 배달을 할 땐 갓 놓은 신문을 바로 가져가려는 인기척이 들릴 때가 있다.신문이 오기만을 기다린 것”이라며 “따끈한 뉴스를 빠르게 전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한 부씩 정성스레 배달했다.문 밑에,우편함에,우유 주머니에.또 센서등 없는 어두운 복도식 빌라에,강아지가 짖는 건물 지하 1층에,날 밝으면 복작거릴 한 경로당에.본지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 계단을 오르며 백씨에게 “안 힘드시냐?” 묻자 “사람인데 안 힘들 리가”라는 답이 돌아왔다.잠시 멈춰 같이 “깔깔.” 그는 스치듯 “신문 전성기와 비교했을 때 구역당 빼곡했던 독자 수가 줄어든 건 아쉽다”고 했다.배달 부수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기에 담당 구역에서 부수가 빠지면 그 배달원의 수입도 축난다.
바쁘다,바빠./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이 추위에 너무 고생한다”며 간식을 주거나,간혹 연휴 앞두고 지폐 한 장과 손편지를 건네는 고마운 독자도 많다./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강아지야,짖지 말아줘~./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그럼에도 꾸준히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는 여전히 있다.뭉클한 사연도 많다고 배달원들은 입을 모은다.“내 49재 때 조선일보 한 부를 같이 태워달라” 말씀한 아버지를 위해 아버지 기일마다 빳빳한 새 신문을 받아 대전 현충원을 찾는 독자,70년 넘게 본지를 구독하는 96세 독자….강모(52)씨는 “온라인에는 가짜 뉴스가 많고 기사의 경중을 파악하기도 어렵다”며 “어떤 기사를 어느 면에 어떤 크기로 배치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신문 읽는 재미”라고 했다.
구역마다 배달‘마감 시간’이 있기에 서둘러야 한다.오전 3시쯤 맡은 구역을 끝냈다.총 100부 가까이 배달 완료.백씨는 “빌딩 구역을 배달하러 가야 한다”며 또다시 떠났다.배달원은 대부분 밤 11시 40분쯤 나와 오전 4시에 퇴근.구역을 덜 맡아 더 일찍 퇴근하는 것도,더 맡아 오전 7시까지 배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센터로 돌아왔다.아직 동이 트지 않았다.어둠을 뚫고 지금도 본지는 독자를 향해 가고 있을 것이다.앞으로 마감할 때마다 이날 새벽 신문의 온기를 기억해야지.그리고 좋은 기사 많이 싣겠습니다.구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조선멤버스(members.chosun.com)에서 아침을 깨우는 신문 배달원을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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