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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플랫폼’의 세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신규 사업 직원 채용 공고를 올렸다‘베리즈(Berriz)’란 프로젝트다.알고 보니 신규 팬덤 플랫폼 이름.카카오엔터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 관련 조직을 갖추고 상표권도 신청했다.회사 측은 올해 안에‘베리즈’서비스 첫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팬덤 플랫폼 시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기존에는 연예인 일정과 정보 공유 위주 온라인 게시판 혹은 온라인 메신저 단톡방 형태 커뮤니티형이었다면 언제부턴가 모바일 팬미팅,한정판 굿즈,NFT 매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획사‘록인 효과’톡톡
팬덤 플랫폼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최근 관련 시장 규모가 통계에 잡힐 정도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지난해 발간된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2023 지구촌 한류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한류팬 수는 2억2500만명에 달한다.2012년 926만명 대비 24배 증가했다.K팝 팬덤 시장 규모 역시 급성장세다.2023년 기준 8조원에 이르며 매년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K팝의 글로벌 진출도 있지만 그만큼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제품,서비스가 늘어난 덕분이다.
이 중 한 축을 담당하는 곳이 팬덤 플랫폼이다.
2023년 MIT 보고서‘구독 경제 모델과 팬덤 비즈니스(MIT Sloan Review· 2023)’는‘K팝 팬덤이 디지털 콘텐츠,오프라인 행사,에그 카지노독점 인터뷰,한정판 상품을 결합한 다층적 구독 모델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K팝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면서 팬덤 플랫폼은 구독료,굿즈 판매,팬 이벤트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며 “한 번 가입한 팬이 꾸준히 플랫폼을 이용하게 만드는 일명‘록인 효과(Lock-in Effect·자물쇠 효과)’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다 보니 이 시장에 뛰어드는 신규 기업 역시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연예 기획사 입장에서 보면 체계적인 팬 관리를 원하는 수요가 뚜렷하다.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는 “중소 기획사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팬덤 플랫폼을 만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여러 스타가 모여 있는 팬덤 플랫폼에 신인을 소개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특히 최근 K팝 팬들은 특정 그룹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장르별,성별 등 다양한 분야 스타를 두루두루 좋아하는 트렌드라 더더욱 여러 아티스트가 모여 있는 전문 플랫폼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쓴‘팬덤의 경제적 가치(Harvard Business Review,2022)’보고서에 따르면 팬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브랜드는 그렇지 않은 브랜드보다 최대 30% 높은 고객 유지율과 20% 이상의 지출 증가율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수요(연예 기획사)와 공급(플랫폼)이 맞아 돌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팬덤 플랫폼 누가 잘하나?
카카오엔터는‘베리즈’로 참전
가장 앞서나가는 팬덤 플랫폼은 하이브‘위버스’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빠르게 성장해 지난해 3분기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 970만명을 기록,지난해 8월 누적 다운로드 1억5000만회를 돌파했다.해외 접속 비율도 87%에 달한다.위버스는 팬들과 아티스트가 게시글을 올리고 아티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커뮤니티,공식 콘텐츠를 제공하는‘미디어,공식 앨범과 상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커머스’기능 등 다양한 팬 활동을 지원한다.방탄소년단(BTS),세븐틴,엔하이픈 등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블랙핑크,아리아나 그란데,두아리파 등 160여 국내외 아티스트가 입점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2021년 2394억원이던 위버스 매출은 2023년 3379억원으로 급성장했다.
‘1 대 1 소통’전략으로 급성장을 이룬 곳도 있다.
카카오 계열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최대주주로 있는 디어유의‘버블’얘기다.버블은 아티스트와 팬이 1 대 1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유료 서비스로 보다 개인화된 소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전략은 적중했다.2020년 첫선을 보인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2025년 1월 기준 200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버블은 특히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지난해 일본과 북미 시장에‘버블포재팬‘더버블’등을 내놓았다.중국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TME)와 협력해 올해 중국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매출 역시 2021년 400억원에서 2023년 756억원으로 89% 성장하는 등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하이브와 디어유가 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차별화된 전략으로 팬덤 플랫폼 시장을 공략하는 곳도 적잖다.엔터테크 기업 노머스는 팬덤 플랫폼‘프롬’을 운영하면서 수익 모델 확장에 나섰다.프롬은 단순한 메시지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공연 기획,굿즈 제작·판매,라이브 스트리밍까지 포함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성장세도 매섭다.지난해 노머스 매출액은 전년 대비 63% 늘어난 689억원이다.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81억원,9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올해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DS투자증권은 노머스의 올해 매출액을 1097억원,영업이익을 282억원으로 전망했다.
윤현준 노머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팬덤 플랫폼을 통해 유입된 팬들의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굿즈와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며 이를 다시 플랫폼 내 수익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들려줬다.
‘신인·중소돌’육성으로 차별화에 나선 플랫폼도 눈에 띈다.스페이스오디티는‘K팝 팬덤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통해 신인·중소 아티스트를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스페이스오디티 팬덤 플랫폼‘블립’은‘K팝 덕질 비서’앱으로,국내외 팬들 사이에서 이미‘덕질 필수 앱’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이용자가 선호하는 아티스트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해당 아티스트의 스케줄·정보를 제공하는 팬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특히 중소형 기획사와 신인 아티스트들이 팬덤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강화하면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시장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도전장을 내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지난해 하반기부터 카카오엔터 권기수·장윤중 공동대표는 직속 전담조직을 꾸려 플랫폼 개발을 진행해왔다.이후 한국·미국 특허청에‘베리즈’상표권을 출원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베리즈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카카오엔터를 포함한 카카오는 계열사인 SM엔터,스타쉽,이담,월드컵 맞고 플래시 게임안테나 등 다수 레이블과 배우 기획사,드라마 제작사까지 보유하고 있어 K팝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베리즈에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남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베리즈는 카카오 자체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K팝 중심이 아닌 K컬처 전반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장하면서 기존 팬덤 플랫폼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건은 같은 카카오 계열 서비스인 베리즈와 디어유 버블의 역할이 겹치는지 유무다.업계에서는 두 서비스가 상충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잖다.지배구조 문제도 포착된다.SM엔터는 지분 8.81%를 보유 중인 주주 하이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다만 카카오엔터의 경우 카카오의 별도 자회사인 만큼 사업적으로 하이브와 관계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없다.일각에서는 베리즈가 시작되면 에스엠 IP가 디어유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단,무료 블랙잭증권가는 가능성을 낮게 본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우려하는 에스엠 IP 이탈은 사실상 어렵다”며 “프라이빗(개인 간) 메시지 서비스는 디어유와의 계약이 이어지고 있고,그 외 커뮤니티·콘텐츠·커머스 등은 위버스와 다년 계약이 맺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 측 역시 베리즈는 버블과 전혀 다른 형태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버블은 아티스트와 팬 간 1 대 1 소통을 강화한 서비스가 핵심이지만,베리즈는 팬 커뮤니티와 콘텐츠 중심의 플랫폼으로 운영될 예정이라는 것.카카오엔터 관계자는 “현재 준비 중인 팬덤 플랫폼 베리즈는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인 디어유의 버블과는 다른 서비스로,디어유와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형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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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트로 멤버 겸 배우 차은우의‘프롬 메시지’서비스.(노머스 제공)
팬덤 플랫폼 시장 전망은?
글로벌 확장·수익성 확보 관건
팬덤 플랫폼 경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현재 팬덤 플랫폼 시장은 단순한 커뮤니티 운영을 넘어 수익 모델 확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중심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팬덤 플랫폼 시장이 기존에는 대형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 중심으로 성장해왔다면 최근에는 중소 기획사와 신인 아티스트를 위한 팬덤 플랫폼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스페이스오디티 팬덤 관리 플랫폼‘블립’의 성장이 대표적인 사례다.김홍기 대표는 “현재 영파씨,82메이저,리센느,코스모시 등의 그룹 팬덤을 관리하고 있고,조만간 데뷔하는 남자 아이돌도 데뷔부터 블립을 통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팬덤 플랫폼 사업의 변수로‘해외 시장’을 첫손에 꼽는다.국내 K팝 팬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플랫폼의‘글로벌 확장’없이는 추가 성장이 쉽지 않다는 것.위버스,디어유 등 팬덤 플랫폼이 해외 아티스트 영입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지난해 위버스 신규 입점 아티스트 53개 팀 중 30%에 이르는 16개 팀이 해외 아티스트다.특히 글로벌 시장이 커지면서 AI 기술을 활용한 가상 팬덤 서비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디어유 관계자는 “향후 팬덤 플랫폼에서는 소통 기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가상 팬미팅,버추얼 콘서트,AI 기반 가상 아이돌 등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단,시장이 커진다고 해서 모든 팬덤 플랫폼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워낙 팬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지난해 K팝 실물 앨범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하이브의 경우 공연 매출은 지난해 2분기 1440억원에서 3분기 74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나기도 했다.기존 모델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엔터사 전반에 확산되는 와중이다.팬덤 플랫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건은 수익성 확보다.실제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 매각된 사례도 허다하다.네이버는 2022년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 플랫폼인‘브이라이브’를 위버스로 넘겼고,엔씨소프트도 이듬해‘유니버스’를 디어유에 매각했다.이에 팬덤 플랫폼들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유료 멤버십,굿즈 판매 등 다양한 수익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지인해 애널리스트는 “팬덤 플랫폼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1부터 10까지의 모든‘덕질’을 해결해줘야 한다”며 “소통-커머스-라이브방송-온라인콘서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보유하는 선순환 투자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호 기자 조동현 기자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8호 (2025.02.26~2025.03.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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