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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폭풍군단’산하 특수부대의 사격훈련을 참관하는 김정은.photo 연합
2013년 3월‘폭풍군단’산하 특수부대의 사격훈련을 참관하는 김정은.photo 연합


지난해 10월 18일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10월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러시아에 북한군 특수부대를 파병했다고 밝혔다.이후 추가 파병을 통한 북한군의 규모는 1만2000여명 정도로 평가된다.파병 북한군은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 등에 분산돼 적응 훈련을 마쳤고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최전선 전장 등에 투입되었다.올 1월 말까지 4000여명의 북한군이 전사 또는 부상당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북한은 올해 들어서도 추가로 3000명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받았으며,북한인과 유사한 용모의 시베리아 지역 주민신분증도 발급받아 신분을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드러났다.하지만 전사자 소지품,포로 심문 등을 통해 결국 북한군으로 확인되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특수부대는 대부분 폭풍군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1월 18일 국정원이 국회정보위 보고에서 정찰총국 전투원도 2500명 파병되었다고 밝혔다.지난 1월 9일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백모,슬롯 테이퍼 핀리모) 역시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정찰총국 소속이라고 밝혔다.러시아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 폭풍군단과 정찰총국은 북한군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어떤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부대들일까.

20만 특수작전군의 주력 '폭풍군단'

북한 매체에서 특수작전군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였다.당시 북한은 4대 군종인 육군,해군,항공 및 반항공군(공군),전략군에 추가해 제5군인 특수작전군을 창설했다.이후 각종 열병식에서 특수작전군 종대(縱隊)가 등장한 바 있다.지난해 2월 8일 북한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선 폭풍군단의 군기가 이 부대의 훈련 장면 영상과 함께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1일 김정은은 서부지구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시찰한 바 있는데,이때 러시아 파병 직전의 부대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당시에도 김정은 옆에 폭풍군단의 군기가 도열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북한 매체들은 이 부대를 '특수작전군 종대'라고 보도했었다.

2017년 북한은 김정은 지시에 의해 전시에 대비한 특수전(게릴라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특수전 부대를 통합하여 '특수작전군'을 창설하였다.이 부대는 전시에 육상,해상,공중으로 우리 후방에 침투해 이른바 제2전선을 형성하며 후방을 교란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이다.특수작전군의 전신은 1969년 1월 창설된 '특수8군단'이다.특수8군단은 1983년 7월경 '경보교도지도국'으로 개칭되었다가 1991년 '제11군단'(일명 폭풍군단)으로 확대 재편되었고 2017년 '특수작전군'으로 통합되었다.

2023년 9월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온몸을 위장막으로 가리고 행진하는 정찰총국 부대원들.photo 연합
2023년 9월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온몸을 위장막으로 가리고 행진하는 정찰총국 부대원들.photo 연합


'번개여단' '벼락여단' '우뢰여단'의 임무

현재 특수작전군 사령관은 2020년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 식별된 김영복 상장(전 11군단장)이다.특수작전군의 주력은 북한군 11군단(조선인민군 제630연합부대)으로,11군단은 1999년 김정일 지시로 '폭풍군단'으로 명명된 바 있다.11군단은 예하 10개 여단(경보병여단 7,항공육전여단 3)으로 편성되어 있는데 총병력은 5만여명으로 평가된다.이 중 경보병여단은 육상을 통한 후방침투와 교란작전을 수행하는데 '번개여단'으로도 불린다.또 핵심시설 파괴,요인암살 등을 수행하는 저격여단은 '벼락여단'으로,항공기로 침투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항공육전여단은 '우뢰여단'으로 불린다.

폭풍군단 외에 해군 사령부 저격여단,전방군단의 경보병 사단·여단 및 정찰대대,전방사단의 경보병연대와 대대,기계화군단 경보병 연대,공군저격여단 등 북한 특작전군의 병력은 20만여명에 달해 세계 각국의 특수군 중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러시아에 파병된 특수작전군이 9500명 규모라고 평가되는데 이는 폭풍군단(10개 여단) 중 2개 여단 규모이다.

2022 국방백서(2024 국방백서는 발간 연기)에 의하면,북한군은 특수전 부대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특수작전군'을 별도의 군종으로 분류하였다.특수전 부대는 11군단과 특수작전 대대,전방군단의 경보병 사·여단 및 저격여단,해군과 공군 소속 저격여단,전방사단의 경보병연대 등 각 군 및 제대별로 다양하게 편성되어 있다.특수전 부대는 전시 땅굴을 이용하거나 잠수함,공기부양정,슈톨렌 마지판고속상륙정,AN-2기,헬기 등 다양한 침투수단을 이용하여 전·후방 지역에 침투하여 주요 부대·시설 타격,요인 암살,후방 교란 등 배합작전을 수행한다.또 공중 및 해상·지상 침투훈련과 우리나라의 주요 전략시설 모형을 구축하여 타격훈련도 실시하고 있다.무장장비를 현대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판 하마스' 정찰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에는 특수작전군 외에도 정찰총국 소속의 정찰군이 포함되어 있다.국정원은 정찰군을 '정찰총국 전투원'으로 표기하고 있다.필자는 '북한판 하마스는 정찰군이다'(주간조선 2784호,2023년 11월 19일)란 기고를 통해 북한이 기습작전을 감행한다면 가장 주목해야 할 전력이 정찰총국 소속의 이른바 '정찰일군(꾼)',암호화폐거래소즉 '정찰군(偵察軍)'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찰군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5년 6월 개최된 '제1차 정찰일군대회'를 통해서다.당시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정은이 '제1차 정찰일군대회'에 참석한 사실을 최초로 보도했다.여기의 '정찰일꾼'이란 대남공작원(간첩),정찰정보요원과 대남침투 전문 전투원 등을 통칭한 것이다.즉 간첩을 포함한 정예화된 특수공작 요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정찰군은 정찰총국 정찰국 소속 정찰대대로 편재된다.정찰총국의 공식 명칭은 조선인민군 정찰총국(조선인민군 586군부대)으로 국무위원회(전 국방위)의 직속 기관이다.대외적으로 북한군 총참모부 정찰총국이라 알려져 있고 정찰총국장이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겸임하고 있으나,정찰총국의 대남사업에 대해 총참모장은 전혀 개입하지 못하고 김정은의 직접 지휘를 받는 독립부서이다.일부 북한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정찰총국을 국방성(구 인민무력부) 소속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분석이다.정찰총국은 북한정권의 목표인 이른바 남조선혁명을 위한 대남(스파이)공작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다.

정찰총국은 총국장(상장 리창호),수 명의 부총국장,정치국장,수 개의 국(육해상 정찰국,정찰국,해외정보국,기술정찰국,후방국 등) 및 예하 독립 정찰부대로 구성되어 있다.본부는 평양시 형제산구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예하 정찰부대는 북한 전역에 산재해 있다.

정찰총국 보유 정찰군의 절반을 파병

정찰총국 정찰국에는 대남침투 전담 해상연락소(4개소)와 제22전대 등 잠수(정·함) 침투부대 및 정찰대대를 운영하고 있다.정찰대대는 3개의 독립 정찰대대와 전연지역(전방) 4개 군단(1·2·4·5군단)의 정찰대대를 포함하여 총7개의 정찰대대가 편재되어 있다.정찰대대 인력(정찰군)만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국정원의 평가에 의하면 러시아에 2500명의 정찰군이 파병되었다는데,이는 정찰총국이 보유한 정찰군(정찰전투원)의 절반에 해당한다.북한이 대남침투를 전문으로 하는 정찰군의 절반을 파병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실전 경험을 통해 정찰군의 대남침투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특히 김정은의 핵심참모로 꼽히는 이창호 정찰총국장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직접 정찰군을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정찰군의 임무는 군사정찰 외에 대남침투정보 수집,대남침투를 통한 요인납치,암살,폭파 등이다.정찰군은 10개 여단 규모의 특수작전군 폭풍군단(5만여명)보다 뛰어난 침투작전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소수 정예군이다.

북한군 파병 배경

북한이 러시아에 일반 보병이 아닌 북한의 정예군인 특수작전국과 정찰총국 정찰군을 대거 파병한 배경은 무엇일까?첫째는 북한 특수군의 주력인 폭풍군단과 정찰총국 소속 정찰군의 실전 전투역량과 전투전술을 강화시켜 남침 전쟁 시 활동하려는 것이다.둘째,파병에 따른 반대급부로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 등 첨단 군사기술력을 제공받고 각종 군사 장비지원 및 경제적 보상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셋째,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으로 다소 소원해진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 의도대로 북·중 관계를 이끌려는 것이다.특히 이번 러시아 파병에는 수령절대주의 폭압정권의 정책결정 속성상 김정은의 개인 의지가 절대적으로 작용했다고 판단된다.그렇지 않고서는 4000여명의 특수군이 전사나 중상을 당하는 피해를 당하고도 추가로 3000여명을 파병하는 무모함을 이해할 수 없다.

파병 북한 특수군의 미래

러시아 파병 특수군 1만2000명 중 4분의1에 해당하는 4000명가량이 전사하거나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이를 놓고 일부에서는 북한이 자랑하는 최고 특수군들의 역량이 알고 보니 별것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는데 이는 잘못된 견해이다.이들 부대는 넓은 개활지에서 정규전을 전개하는 부대가 아니라 게릴라전에 특화된 부대이다.험준한 산악지대나 도심에서 게릴라전을 펼치는 부대다.특히 후방에 침투되어 테러,특정시설 파괴,납치,암살,기습공격 등을 전담한다.이런 부대가 러시아에 파병돼 현장 지형지물 미숙지,전술정보 미지원,언어불통으로 인한 러시아군과 연합전술작전 제한 등의 악조건을 겪고 있다.이들을 지상전과 드론 공격 등에 은폐·엄폐도 어려운 개활지에 그대로 노출시키니 큰 피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 국장이 밝힌 평가는 주목된다.그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을 받으며 현대전을 경험 중이라고 밝혔다.북한군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안보 지형을 뒤흔들 것이라는 그의 지적은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특히 북한군의 학습 능력이 뛰어나 현대적 전투 방식과 전술을 매우 빠르게 익혀 몇 개월 만에 초기와는 전력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도 엄중하다.북한군이 전차 등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드론(무인기) 같은 최신 무기를 다루는 능력을 습득해 급속도로 실전 능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라는 것이다.북한의 특수작전군과 정찰군이 이제 실체적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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